[TL;DR]
- 이더리움, 트론 같은 범용 체인이 가진 변동성 높은 수수료, 네트워크 혼잡, 확률적 완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클의 아크, 스트라이프의 템포, 구글의 GCUL 같은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 등장했다.
- WaaS는 복잡한 블록체인 기술을 API로 추상화해 기업이 며칠 만에 스테이블 코인 기능을 통합할 수 있게 하며, 소셜 로그인과 스테이블 코인 가스비로 일반 사용자에게 은행 앱 수준의 직관적 경험을 제공한다.
- 결제와 정산의 실시간 융합, 국경 간 송금 수수료의 획기적 절감,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원활한 통합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과 WaaS는 SWIFT 같은 레거시 시스템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레일로 자리잡고 있다.
1. 도입부: 스테이블 코인의 현재와 미래
1.1 범용 블록체인이 스테이블 코인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
이더리움, 트론, 솔라나 같은 범용 블록체인은 애초에 다양한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결제 처리라는 실용적인 목적 앞에서는 본질적인 한계를 드러냈고, 이 한계들은 스테이블 코인 운영에 상당한 마찰을 일으키며 결국 새로운 형태의 전용 블록체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래 수수료의 변동성입니다. 이더리움에서 거래를 실행하려면 ETH로 가스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ETH 가격이 오르내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운영 비용을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는 수수료가 거래 금액을 초과하는 일도 발생하죠. 트론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네이티브 토큰인 TRX 전송보다 USDT 거래에 훨씬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차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소액 결제나 대량 송금을 주력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네트워크 혼잡 문제는 이런 수수료 변동성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범용 블록체인은 디파이, NFT, 게임 등 여러 종류의 트랜잭션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블록 공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로 인해 거래 확인 시간이 지연되고 전체 처리량이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결정론적이고 신속한 정산을 요구하는 기업용 결제 시스템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여기에 더해 작업증명이나 일부 지분증명 방식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확률적 완결성도 걸림돌입니다. 체인 재구성을 통해 거래가 번복될 가능성이 아주 낮게나마 존재한다는 뜻인데, 금융 기관은 이런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거래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는 보장, 즉 결정론적 완결성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퍼블릭하고 무허가형 블록체인이 가진 개방성은 규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온체인에서 KYC와 AML 절차를 강력하게 구현하기 어렵고,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의 상업적 기밀 유지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1.2 거시 경제 환경과 규제가 만든 기회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 등장한 배경에는 이런 기술적 필요성뿐 아니라 거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2019년 약 30억 달러에서 현재 2,7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의 매개체를 넘어 기업 재무 관리, 국경 간 결제, 실물자산 토큰 거래의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테더는 1,270억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는데, 이는 스테이블 코인이 실물 경제와 얼마나 깊이 통합되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런 시장 성장과 함께 규제 환경의 성숙도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최초로 마련했고, 시장에 안전성과 합법성을 부여하면서 대중과 기관의 채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MiCA 법안 역시 안전하고 신중한 스테이블 코인 사용을 위한 규제 체제를 확립하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같은 국제기구들도 글로벌 표준을 마련하며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규제 환경 조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제적 진전은 구글, 스트라이프 같은 거대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특히 변동성 큰 금리 환경 속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SWIFT 같은 레거시 결제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즉각적이고 저렴한 결제 및 정산 효율성은 기존 금융 인프라가 제공하지 못했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1.3 리브라의 실패가 남긴 교훈
메타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현재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 전략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례입니다. 흥미롭게도 리브라의 실패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였습니다. 여러 국가의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고, 주권 국가가 아닌 거대 기술 및 금융 기업들의 컨소시엄이 주도하는 모델은 각국 통화 주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되었고,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페이스북이 과거 사용자 데이터와 관련해 보여준 행보는 대중과 규제 기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신뢰의 부재와 강력한 규제 압박은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같은 핵심 창립 파트너들의 이탈로 이어졌고, 프로젝트의 신뢰도와 실행 가능성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결국 리브라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정치적으로 수용될 수 없었던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프로젝트들은 리브라의 실패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기존 금융 질서에 도전하는 대신 시스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점입니다. 구글의 GCUL은 명시적으로 은행을 위한 플랫폼이며, 서클의 아크는 기업 금융을, 스트라이프의 템포는 자사의 기존 가맹점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시스템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위한 도구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대립에서 협력으로의 이런 전략적 전환은 리브라의 실패로부터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교훈은 중앙화 수준의 명확성입니다. 리브라는 암호화폐 순수주의자들에게는 너무 중앙화되었고, 규제 당국에게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탈중앙화되고 강력했습니다. 이런 모호함이 결국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반면 새로운 메인넷 프로젝트들은 중앙화의 적절한 균형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크, 템포, GCUL 등은 초기에 허가형 모델로 시작해 서클, 스트라이프, 구글 같은 단일 주체나 소수 그룹이 검증인 세트를 통제합니다. 이는 규제 당국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대상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허용/차단 목록 같은 프로토콜 수준의 규제 준수 기능 구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EVM 호환성, 오픈소스 코드, 미래의 탈중앙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웹3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다리를 놓고 있습니다. 이는 리브라가 좌초했던 규제의 암초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전략적인 접근법입니다.
2.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란?
2.1 개념 및 정의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은 스테이블 코인 거래와 결제에 최적화된 독립적인 레이어1 블록체인입니다. 범용 블록체인이 다양한 용도의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수용하려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오직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전송, 정산이라는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마치 고속도로가 다양한 차량을 모두 수용하는 일반 도로와 다르게 빠른 이동만을 위해 최적화된 것처럼,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은 금융 거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런 전용 메인넷이 해결하려는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의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범용 블록체인에서는 네이티브 토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거래 비용이 들쭉날쭉합니다. 기업이 월말 정산을 계획할 때 정확한 비용을 예측할 수 없다면 재무 계획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은 스테이블 코인 자체를 가스비로 사용하거나 월별 구독 방식의 고정 비용 모델을 채택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더리움에서 ETH로 가스비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USDC나 USDT 같은 달러 연동 자산으로 수수료를 내면 기업은 정확한 비용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두 번째 핵심 특징은 규제 준수 기능의 프로토콜 내재화입니다. 범용 블록체인에서는 각 애플리케이션이 별도로 KYC와 AML 절차를 구현해야 했습니다. 이는 개발자에게 상당한 부담이었고, 금융 기관 입장에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전용 메인넷은 프로토콜 수준에서 신원 확인과 거래 모니터링을 지원합니다. 허가된 참여자만 네트워크에 접근하도록 하거나, 특정 주소를 화이트리스트나 블랙리스트에 등록하는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금융 기관이 요구하는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면서도 개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입니다.
2.2 범용 블록체인 vs 스테이블 코인 전용 체인
범용 블록체인과 스테이블 코인 전용 체인의 차이는 설계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이더리움 같은 범용 체인은 최대한 많은 사용 사례를 포괄하려는 포용성을 추구합니다. DeFi 프로토콜, NFT 마켓플레이스, 게임, DAO 거버넌스 등 모든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이 같은 네트워크를 공유합니다. 이런 접근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명확한 트레이드오프를 수반합니다. 다양한 트랜잭션 타입이 동일한 블록 공간을 놓고 경쟁하면서 수수료가 급등하고, 특정 용도에 최적화하기 어려워집니다.
이와 달리 스테이블 코인 전용 체인은 단일 목적에 집중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결제와 정산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합의 메커니즘, 데이터 구조, 가스비 모델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정론적 완결성을 보장하는 BFT 계열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거래가 번복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하는 금융 기관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한 선택입니다. 금융 기관이 요구하는 수 초 이내의 최종 정산은 이런 특화된 설계를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의 단순화는 또 다른 중요한 차별점입니다. 범용 블록체인에서는 사용자가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기 위해 네이티브 토큰을 별도로 보유해야 합니다. 이더리움에서 USDC를 전송하려면 지갑에 ETH가 있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암호화폐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당연한 절차지만, 일반 사용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복잡성입니다. 전용 체인에서는 스테이블 코인만으로 모든 활동이 가능합니다. 사용자는 은행 앱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받게 됩니다.
개인정보보호 측면도 다르게 접근합니다. 범용 블록체인의 공개 원장 구조는 투명성이라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모든 거래 내역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업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기업 간 거래나 기관의 자산 운용에서는 상업적 기밀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전용 체인들은 영지식 증명이나 기밀 전송 같은 고급 암호화 기술을 선택적으로 제공합니다. 투명성과 기밀성 사이의 균형을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2.3 전용 메인넷의 장점
최적화된 성능은 전용 메인넷의 가장 명확한 장점입니다. 서클의 아크는 초당 3,000건 이상의 트랜잭션 처리를 목표로 하며, 스트라이프의 템포는 초당 100,000건 이상을 지향합니다. 이는 범용 체인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범용 체인에서는 네트워크 혼잡도에 따라 성능이 들쭉날쭉하지만, 전용 체인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처리 속도를 제공합니다. 국내 간편결제 수준의 거래량을 감당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는 셈입니다.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비용 구조의 안정성입니다. 이더리움에서는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 가스비가 평소의 수십 배로 급등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기업이 대규모 송금을 진행할 때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면 재무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전용 메인넷은 스테이블 코인 기반 수수료나 월별 구독 모델을 통해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합니다. 구글의 GCUL은 아예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매월 고정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해 기업이 IT 예산을 계획하듯 블록체인 비용을 관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규제 준수의 용이성은 제도권 금융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프로토콜 수준에서 신원 확인과 거래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 기관은 별도의 컴플라이언스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없습니다. 허가형 모델로 시작하는 대부분의 전용 체인들은 규제 당국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주체를 제공합니다. 리브라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였던 책임 소재의 모호함을 해결한 것입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명확하고, 금융 기관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통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구글의 GCUL은 ISO 20022 은행 표준을 지원하며, 스트라이프의 템포는 결제 메모나 일괄 전송 같은 기업용 기능을 프로토콜 수준에서 제공합니다.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기존 시스템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도 블록체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금융 기관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주요 프로젝트 사례
3.1 서클의 아크(Arc): 기업용 USDC 생태계
서클의 아크는 세계 2위 스테이블 코인인 USDC의 발행사가 직접 구축하는 기업급 스테이블 코인 전용 블록체인입니다. 서클은 이미 서클 결제 네트워크(CPN)와 민트(Mint) 같은 기업용 제품을 운영하며 수많은 기관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기존 범용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면서 겪는 한계를 직접 경험했고, 결국 자체 레이어1을 구축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크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로, 기존 USDC 생태계와의 깊은 통합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아크의 기술적 기반은 텐더민트에서 파생된 말라카이트(Malachite) 합의 메커니즘입니다. 비잔틴 장애 허용 방식을 채택해 20개의 검증인 환경에서 350밀리초 미만의 결정론적 완결성을 달성합니다. 거래가 번복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초당 3,000건 이상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합의 메커니즘 개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포멀 시스템즈의 말라카이트 팀을 서클에 합류시켰습니다. 초기에는 허가형으로 운영되지만, 향후 허가형 지분증명 모델로 점진적으로 탈중앙화할 계획입니다.
아크가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은 USDC를 네이티브 가스 토큰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더리움에서 ETH로 가스비를 내는 대신, 아크에서는 USDC로 직접 수수료를 지불합니다. 이더리움의 EIP-1559 모델을 확장해 수수료 메커니즘을 설계했으며, 사용자는 달러 기반의 예측 가능한 비용을 경험하게 됩니다. 완전한 EVM 호환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솔리디티 개발자들이 별도의 학습 없이 바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기밀 전송, 신뢰 실행 환경, 영지식 증명, 완전 동형 암호 등을 모듈식으로 선택해 적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서클은 2025년 8월 프라이빗 테스트넷을 출시했고, 2025년 가을에 퍼블릭 테스트넷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메인넷 베타 버전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서클의 최종 비전은 USDC를 디지털 경제의 기본 정산 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CPN과 민트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관들이 자연스럽게 아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출시 초기부터 상당한 거래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3.2 플라즈마(Plasma)와 스테이블(Stable): USDT 중심의 이중 전략
플라즈마와 스테이블은 각각 독립적인 레이어1이지만, USDT라는 세계 최대 스테이블 코인을 중심에 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프로젝트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겨냥합니다. 플라즈마는 네이티브 토큰과 무수수료 정책으로 암호화폐 네이티브 사용자층에 어필하고, 스테이블은 기관 친화적 기능으로 B2B 결제 시장을 공략합니다. USDT의 막강한 유동성을 무기로 리테일과 기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입니다.
3.2.1 플라즈마: 고성능 스테이블 코인 레일
플라즈마는 고성능 합의 레이어 PlasmaBFT를 핵심으로 합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주기적으로 체크포인트를 기록해 보안을 강화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흐름에 최적화된 글로벌 자금 이동의 기반이 되겠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플라즈마를 차별화하는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한 USDT P2P 전송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들은 일상적인 송금을 무료로 할 수 있고, 디파이 같은 복잡한 거래에만 가스비를 지불하면 됩니다. 가스비 역시 USDT나 네이티브 토큰 XPL로 선택해서 낼 수 있습니다. 완전한 EVM 호환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손쉽게 플라즈마로 애플리케이션을 이식할 수 있습니다. 바이낸스 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유동성을 확보했고, 2025년 9월 25일 메인넷 베타가 출시되었습니다.
3.2.2 스테이블: 기관용 USDT 네트워크
스테이블은 플라즈마와 정반대 방향을 향합니다. 기관 금융과 대규모 B2B 결제에 초점을 맞춘 레이어1입니다. 기존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가 가진 파편화, 높은 비용,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입니다. USDT를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설계했으며, 기술적으로는 USDT의 언랩핑 버전인 gasUSDT를 네이티브 가스 토큰으로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USDT P2P 전송은 무료입니다.
스테이블의 핵심 혁신은 엔터프라이즈 레인입니다. 기관이 우선순위가 높은 거래를 일반 트랜잭션과 분리된 전용 경로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속도와 신뢰성이 보장되는 프리미엄 레인을 제공하면서 1초 미만의 완결성을 목표로 합니다. USDT 가스비를 채택한 것도 기업 회계 처리를 단순화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변동성 자산으로 수수료를 내면 매번 환율 계산과 장부 기록이 복잡해지지만, 달러 고정 자산으로 지불하면 모든 게 간단해집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페이팔 벤처스의 전략적 투자와 페이팔의 스테이블 코인 PYUSD가 출시 첫날부터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사실입니다. 페이팔처럼 규제가 엄격한 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스테이블이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상당한 신뢰를 확보했다는 의미입니다. 규제 친화적인 상거래 중심 사용 사례에 집중하겠다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2025년 7월 현재 프라이빗 테스트넷 단계이며, 메인넷은 2025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3.3 스트라이프 & 패러다임의 템포(Tempo): 결제 우선 L1
템포는 스트라이프가 가진 방대한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라는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스트라이프와 패러다임이 공동으로 인큐베이팅했으며, 패러다임 공동 창립자 맷 황이 이끄는 독립 회사로 분사될 예정입니다. 템포가 내세우는 정체성은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블록체인입니다. 결제, 송금, 마이크로트랜잭션은 물론 AI 에이전트 간 자동화된 결제 같은 미래 사용 사례까지 염두에 둔 설계입니다.
성능 목표는 업계에서 가장 야심찹니다. 초당 100,000건 이상의 TPS와 1초 미만의 완결성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 전용 체인들이 목표로 하는 수치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글로벌 상거래를 떠받칠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스트라이프의 야망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완전한 EVM 호환성을 지원하며, ISO 20022 은행 표준과 호환되는 결제 메모, 일괄 전송, 허용/차단 목록 같은 기업용 기능을 프로토콜 수준에서 내장했습니다.
템포의 독특한 기능 중 하나는 스테이블 코인 종류에 구애받지 않는 가스비 시스템입니다. 사용자는 지원되는 모든 스테이블 코인으로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USDC든 USDT든 PYUSD든 상관없이 본인이 보유한 자산으로 가스비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백엔드에서는 프로토콜에 내장된 AMM이 자동으로 환전을 처리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스테이블 코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마찰 없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설계 파트너 명단은 화려합니다. 비자, 도이치뱅크, 쇼피파이, 리볼트,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템포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트라이프가 이미 확보한 수백만 개 가맹점 네트워크는 템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다른 프로젝트들이 사용자 확보에 고전하는 동안, 템포는 출시와 동시에 방대한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파트너와 프라이빗 테스트넷을 운영 중이며, 초기에는 허가된 검증인 세트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무허가형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공식 출시일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3.4 구글의 GCUL: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인프라
구글의 GCUL은 다른 프로젝트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포지셔닝을 취합니다. 은행을 위한, 은행에 의한 플랫폼을 표방합니다. 구글은 결제 사업자도 아니고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도 아닙니다. 금융 서비스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은행들이 경쟁 관계를 걱정하지 않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중립적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예금과 대출 비즈니스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자금을 스테이블 코인 수준의 효율성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공유 정산 레이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GCUL은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형으로 제공되는 프라이빗 허가형 블록체인입니다. 단일 API를 통해 접근할 수 있으며, 다른 프로젝트들이 솔리디티를 기본으로 하는 것과 달리 파이썬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합니다. 금융 엔지니어들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춘 것입니다. 가스비 모델도 독특합니다. 온체인 가스비의 변동성 문제를 완전히 우회해, 표준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매월 고정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AWS나 GCP 요금을 내듯이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블록체인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KYC 인증 계정과 고급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능을 통해 규제 준수를 최우선으로 설계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 그룹이 핵심 파일럿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에 1단계 통합을 완료했고, 2025년 말에 더 넓은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확장할 예정입니다. 2026년 완전한 상용화를 목표로 합니다.
GCUL의 장기적 잠재력은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에 있습니다. 금융 기관들은 경쟁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참여하기를 꺼립니다. 서클이나 스트라이프는 아무리 개방성을 강조해도 자체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반면 구글은 결제나 자산 발행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은행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기에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제 대규모 거래량을 처리하는 운영 단계로 성공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3.5 위메이드의 스테이블 원(Stable One): K-금융 생태계
위메이드의 스테이블 원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 중심 생태계를 구축해 K-금융의 세계화를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게임 회사로 출발한 위메이드는 7년간 블록체인 기술을 축적해왔고, 그 여정의 정점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금융 인프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기존 암호화폐의 불편함과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과 규제된 금융 기관의 공신력을 결합하고자 합니다.
스테이블 원의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K-컬처의 영향력 활용입니다. 한국 드라마, K-팝, 관광 등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해외 팬들에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금융 인프라로 전환하는 독특한 접근법입니다. 국내 간편결제 거래량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초당 3,000건 이상의 TPS를 목표로 하며,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와의 통합을 위해 100% EVM 호환성을 지원합니다.
네이티브 수수료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직접 거래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습니다. 기업 사용자를 위한 전용 트랜잭션 레인과 한국 금융 IT 인프라에 최적화된 API를 제공합니다. 위메이드는 자체적으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 주체가 되기보다는 컨소시엄 모델의 기술 파트너 역할을 지향합니다. 국내 전통 은행 및 금융 기관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규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금융권의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5년 10월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11월에 퍼블릭 테스트넷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메인넷 정식 출시는 2026년 1분기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먼저 장악한 후 글로벌로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4. 핵심 인프라: Wallet-as-a-Service (WaaS)
4.1 WaaS란 무엇인가?
Wallet-as-a-Service는 기업이 자체 블록체인 지갑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디지털 자산 관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입니다. 전통적으로 블록체인 지갑을 구축하려면 보안, 키 관리, 트랜잭션 처리, 다중 체인 지원 등 복잡한 기술 요소들을 모두 내재화해야 했습니다. WaaS는 이 모든 복잡성을 API와 SDK 형태로 추상화해, 기업이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도 블록체인 기능을 손쉽게 통합할 수 있게 만듭니다.
WaaS의 핵심 가치는 진입 장벽의 제거에 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스테이블 코인 송금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면, 과거에는 블록체인 전문 개발팀을 구성하고 수개월의 개발 기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WaaS를 활용하면 몇 주 만에 프로토타입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사용자 경험 설계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복잡한 블록체인 인프라는 WaaS 제공자에게 맡기는 구조입니다.
WaaS는 단순히 지갑 생성과 트랜잭션 전송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화이트라벨 솔루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기업은 자사 브랜드로 커스터마이징된 지갑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지, 별도의 블록체인 지갑을 사용한다는 인식조차 필요 없습니다. 이런 투명한 통합이야말로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화되는 핵심 조건입니다.
4.2 스테이블 코인 대중화를 위한 필수 요소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 아무리 빠르고 저렴하고 안전하다 해도,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인터페이스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이더리움 생태계가 기술적으로 성숙했음에도 대중 채택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복잡한 지갑 관리와 사용자 경험 때문입니다. 12개 또는 24개의 니모닉 문구를 백업하고, 가스비를 위해 ETH를 미리 확보하고, 트랜잭션이 실패할 경우 가스비만 차감되는 구조는 일반 사용자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과 WaaS의 결합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합니다. 전용 메인넷이 스테이블 코인을 가스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ETH 같은 별도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WaaS는 여기에 소셜 로그인이나 이메일 기반 인증으로 지갑을 생성할 수 있는 간편한 온보딩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구글이나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하듯이 블록체인 지갑에 접근합니다. 니모닉 문구는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대신 안전한 키 관리 시스템(MPC, HSM 등)을 통해 분산 저장됩니다.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사용자 경험은 기존 금융 앱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송금 버튼을 누르고 수신자 정보와 금액을 입력하면, 백엔드에서는 WaaS가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에 트랜잭션을 전송합니다. 수 초 안에 거래가 완결되고, 수수료는 몇 센트에 불과하며, 사용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보이지 않게 작동하고, 사용자는 결과만 경험합니다.
4.3 기존 지갑 솔루션의 한계
기존 블록체인 지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메타마스크 같은 비수탁형 지갑은 사용자가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탈중앙화와 자기주권이라는 철학을 구현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개인키를 분실하면 자산을 영구적으로 잃게 되고, 피싱 공격에 취약하며, 잘못된 주소로 송금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암호화폐에 익숙한 파워 유저에게는 적합하지만, 대중화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수탁형 지갑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개인키 관리 부담에서 해방되지만, 자산의 실질적인 통제권을 거래소에 넘기게 됩니다. 거래소가 해킹당하거나 파산하면 사용자 자산이 위험에 처합니다. 규제 당국의 압박으로 계정이 동결될 수도 있습니다. 편의성을 얻는 대신 자기주권을 포기하는 구조입니다. 기업이 자체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능을 통합하려 할 때 거래소 지갑에 의존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자체 지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투자를 요구합니다. 멀티체인 지원을 구현하려면 각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별도의 통합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보안 감사와 규제 준수를 위한 지속적인 관리도 필요합니다. 키 관리 시스템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전문 인력과 인프라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이 핵심 사업이 아닌 대부분의 기업에게 이런 투자는 부담스럽습니다. WaaS는 이 모든 복잡성을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문턱을 낮춥니다.
4.4 스테이블 코인 메인넷 생태계에서 WaaS의 역할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자체 지갑 솔루션을 개발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클이나 스트라이프 같은 기업들은 이미 결제 인프라를 운영하며 수백만 사용자를 관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인프라의 거인이고,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지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자체 지갑을 만들 수 있지만, WaaS를 활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태계 확장의 속도입니다. 메인넷 프로젝트가 자체 지갑만 제공한다면, 모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그 지갑을 사용하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WaaS 제공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WaaS는 이미 수천 개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WaaS API를 통해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에 지갑 기능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메인넷이 WaaS와 통합되는 순간, WaaS의 모든 고객이 잠재적 사용자가 됩니다. 직접 영업하고 온보딩하는 비용 없이 즉시 수백만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생기는 셈입니다.
개발 리소스의 집중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메인넷 프로젝트의 핵심 역량은 블록체인 프로토콜 개발, 합의 메커니즘 최적화, 보안 강화에 있습니다. 지갑 개발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모바일 앱 개발, UI/UX 디자인, 다양한 운영체제 지원,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합니다. WaaS를 활용하면 메인넷 팀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 즉 빠르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메인넷과 WaaS의 관계는 분업과 협력입니다. 메인넷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레일을 제공하고, WaaS는 그 레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를 만듭니다. WaaS를 통해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메인넷에 구축되고,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되며, 더 많은 거래량이 발생합니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를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자체 지갑만 고집하는 메인넷은 이 선순환에서 소외될 위험이 있고, WaaS와 협력하는 메인넷은 생태계 확장의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5. 산업 전망과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의 미래
5.1.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 만드는 변화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블록체인이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금융 인프라의 근본적인 재편을 예고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국경 간 결제는 SWIFT 같은 레거시 시스템에 의존했고, 이 시스템은 느리고 비싸며 불투명했습니다. 암호화폐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약속을 했지만, 변동성과 복잡성 때문에 대중 채택에는 실패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은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기존 금융의 안정성을 결합해, 실제로 작동하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 변화의 핵심은 결제와 정산의 실시간 융합에 있습니다. 전통 금융에서 결제와 정산은 분리된 프로세스였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거래가 즉시 승인되지만, 실제 자금이 판매자 계좌에 입금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립니다. 은행 간 송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에서는 결제와 정산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순간 자금이 이동하고, 수 초 안에 최종 확정됩니다. 이는 기업의 현금 흐름 관리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결제 사기나 지불 불이행 리스크를 크게 줄입니다.
WaaS의 역할은 이런 기술적 혁신을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효율적인 블록체인이라도 기업이 쉽게 통합할 수 없다면 혁신은 실험실에 갇힙니다. WaaS는 API 몇 줄로 스테이블 코인 기능을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추가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결제 옵션에 스테이블 코인을 추가하고, 송금 앱은 국경 간 송금을 몇 분 안에 처리하며, 급여 시스템은 전 세계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진정한 혁신이 시작됩니다.
5.2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과 WaaS의 결합은 금융 중개자의 역할을 재정의합니다. 전통적으로 은행은 결제 시스템의 중심이었습니다. 모든 거래는 은행을 거쳐야 했고, 은행은 이 독점적 위치에서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는 이 구조에 도전합니다. 두 당사자가 직접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면 은행의 중개 역할은 약화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은행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은행의 역할이 거래 중개자에서 금융 서비스 제공자로 진화할 기회가 됩니다.
구글의 GCUL 같은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것처럼, 은행들은 스테이블 코인 인프라를 활용해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금과 대출이라는 핵심 비즈니스는 유지하면서, 결제와 정산은 블록체인 인프라로 효율화합니다. 고객에게는 더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은 운영 비용을 절감합니다. 규제 준수가 프로토콜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부담도 줄어듭니다. 은행이 블록체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도구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핀테크 기업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기회가 됩니다. 과거에는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은행과의 파트너십이 필수였고, 이는 긴 협상과 높은 비용을 의미했습니다. WaaS를 활용하면 스타트업도 며칠 만에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습니다. 규제 준수 기능이 API로 제공되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대규모로 고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는 금융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가속화합니다. 소비자는 더 다양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국경 간 결제 산업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국제 송금 시장은 웨스턴 유니온 같은 전통적 사업자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평균 송금 수수료는 6-7%에 달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면 이 수수료를 1% 미만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처리 시간도 며칠에서 몇 분으로 단축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액은 연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들이 절약할 수 있는 수수료만 해도 수백억 달러 규모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개선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임팩트를 만들어냅니다.
5.3 해결해야 할 과제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과제는 규제의 불확실성입니다. 미국의 지니어스법이나 유럽의 MiCA 같은 프레임워크가 등장했지만, 글로벌 규제 환경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각국이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부과하면 스테이블 코인의 국경 간 흐름이 제한됩니다. 스테이블 코인 준비금 구성에 대한 규칙, 발행사의 자본 요건, 소비자 보호 조치 등 여러 쟁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들은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있지만, 규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언제든 사업 모델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상호운용성의 부재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러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이 등장하면서 생태계가 파편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크의 USDC, 스테이블의 USDT, 템포의 멀티 스테이블 코인 환경이 각자 고립된 섬처럼 작동한다면,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가치는 이들 플랫폼 간에 자금이 마찰 없이 흐를 수 있을 때 실현됩니다. 크로스체인 브리지, 공통 표준, 신뢰 최소화된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이 필요하지만, 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도전입니다.
WaaS 차원에서는 보안과 편의성의 균형이 핵심 과제입니다. MPC나 HSM 같은 고급 암호화 기술로 키를 보호하더라도, 시스템에는 여전히 공격 벡터가 존재합니다. API 키가 유출되거나, 내부자가 악의적으로 행동하거나, 소셜 엔지니어링 공격으로 계정이 탈취될 수 있습니다. 보안을 강화하면 사용자 경험이 복잡해지고, 편의성을 높이면 보안 리스크가 증가하는 트레이드오프가 있습니다. WaaS 제공자들은 이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효과와 채택의 문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제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에 비례합니다. 송금 앱이 아무리 편리해도 수신자가 같은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사용자와 거래량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가치가 제한적입니다. 이것이 스트라이프의 템포나 서클의 아크처럼 기존 유통 채널을 보유한 프로젝트가 유리한 이유입니다. 신규 진입자들은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자본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5.4 결론: 보이지 않는 금융을 향해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과 WaaS의 결합이 그리는 미래는 보이지 않는 금융입니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 가스비 같은 기술 용어를 전혀 모르지만, 그 기술의 혜택을 모두 누립니다. 몇 초 안에 완료되는 국경 간 송금, 실시간으로 정산되는 전자상거래 결제, 자동으로 집행되는 스마트 계약 기반 금융 서비스가 일상이 됩니다. 기술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경험만 남습니다.
이 비전이 실현되려면 기술적 성숙과 생태계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메인넷 프로젝트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호운용성을 위해 협력해야 하고, WaaS 제공자들은 보안을 강화하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야 합니다. 규제 당국은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소비자를 보호하는 균형 잡힌 규제를 만들어야 하고, 금융 기관들은 새로운 기술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전용 메인넷의 성공은 기술적 우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용자 경험, 규제 환경, 비즈니스 모델, 생태계 협력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WaaS는 이 퍼즐에서 가장 중요한 조각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프라라도 접근성이 없다면 의미가 없고,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사용하기 어렵다면 채택되지 않습니다. WaaS가 기술과 사용자, 블록체인과 일상, 혁신과 실용성 사이의 다리를 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테이블 코인이 약속한 금융의 미래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